[인터뷰] '구경이' 김혜준 "케이 향한 응원, 부담·의심→확신으로 바꼈죠"

노이슬 / 2021-12-22 06:30:48
-신예 김혜준, 드라마 '구경이'서 살인자 케이 역 소화
-이영애, 김해숙 등 대선배들과 호흡에도 '김혜준의 재발견' 호평 세례
-전무후무한 해맑은 살인자 케이, 다양한 매력으로 캐릭터 변신

[하비엔=노이슬 기자] 신예 김혜준은 해맑은 얼굴로 살인을 저지르는 전무후무한 살인마 케이를 소화 정도가 아니라 씹어먹었다. 신예 김혜준의 발견이다. 배우 김혜준의 연기인생은 지금부터가 아닐까 확신이 갖게 한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JTBC 토일드라마 '구경이'(극본 성초이, 연출 이정흠)는 게임도 수사도 렉 걸리면 못 참는 방구석 의심러 구경이의 하드보일드 코믹 추적극이다. 배우 이영애의 4년만 안방 복귀작으로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은 가운데 독특한 연출로 눈을 사로잡았다. 뿐만 아니라 고정관념 깨부순 캐릭터들, 신박한 매력으로 화제를 모았다.

 

▲JTBC 토일드라마 '구경이' 케이 役 김혜준/앤드마크 제공

 

시청률은 2%에 웃돌았지만, 넷플릭스와 티빙에서는 방영내내 인기차트 상위권을 차지, 국내 넷플릭스에서는 오늘의 TOP 10 1위에 오르기도 했다. 종영 후 강남 모처에서 하비엔과 만난 김혜준은 "넷플릭스 1위 했을 때 현장 분위기가 달랐어요"라고 했다. "시청률이 아쉬운 것은 사실이었어요. 넷플릭스 1위 했을 때는 힘을 내서 할 수 있었어요. 이제는 시청자들이 작품을 보는 경로가 다양해졌고 유입 방법도 다양하고 방식과 형식이 다양해졌다고 생각하니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게 됐어요. SNS로 체감하는 것들이 많았어요. 그날은 신나고 설레고 들뜬 사람들처럼 반응도 서로 주고 그랬어요."

 

김혜준이 분한 케이는 해맑은 얼굴로 살인을 저지르는 빌런 '케이'다. 케이는 구경이(이영애)와 대적하는 인물로, 사이코패스로 단정 짓기에는 죽어 마땅한 인물(?)을 타겟으로 한다. 그의 설명은 '확신하는 자'로 "쟤 죽이고 싶다"는 말을 듣는 순간 타켓을 정하고 살해 계획을 짜는 전례없는 인물이다.

 

"처음 대본을 봤을 때는 만화책 같았어요. 진득하게 앉아서 대본을 한번에 못 읽는 편인데 만화책 읽듯이 술술 읽혔어요. 오락같은 느낌도 나서 재밌게 읽었어요. 그 안에서도 모두 재밌지만 케이라는 캐릭터가 매력있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 것 같았어요. 흡인력이 있었어요. 지문이 많아서 상상으로 꾸며야 하는 부분도 많았는데 그걸 해보기에 재밌는 대본이었어요.

 

케이는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캐릭터에요. 이해보다는 받아들였어요. 제가 생각했던 케이는 안쓰럽기도  한 인물이었어요. 그럴 때마다 감독님이 '넌 나쁜 애'라고 항상 세뇌시켰어요. 그걸 받아들이니까 공감과 이해는 필요없었어요. 나는 그냥 이렇게 믿어 라고 하니 큰 어려움은 없었어요. 작가님도 항상 너무 잘하고 있다고 칭찬을 해주셨어요. 부족한데 너무 감사하고 힘이 됐었죠."

 

▲JTBC 토일드라마 '구경이' 케이 役 김혜준/앤드마크 제공

김혜준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에서 중전으로, 드라마 '십시일반', 영화 '미성년', '변신', '싱크홀'까지 충무로에서 주목받고 있는 배우다. 하지만 대 배우 이영애와 대적한다는 것, 사이코패스 그 이상의 복잡한 캐릭터를 연기하기엔 부담과 어려움이 따랐다. "부담감은 없었다면 말도 안 되는거죠"라고 했다.

 

"구경이가 쫓는 상대가 케이죠. 그만한 힘을 보여줘야 하는데 부담감은 컸어요. 근데 대본 자체가 케이가 힘을 받을 수 있도록 구축돼 있었어요. 감독님이나 촬영 감독님도 구도도 그렇게 잡아주셨어요. 노래도 무섭게 연출한다거나 이런 부분들을 해결해주셨죠. 항상 믿어주셨어요. '너는 무서울 필요도 없고 귀여운게 더 무섭다. 지금 잘하고 있다.' '더 해맑게 하면 된다'고 항상 격려해주셨어요. 중간에 고민이 되는 부분들이 있었다. 하이텐션 과장을 걱정했는데 확신을 주셨어요. 매번 제 연기를 의심하고 걱정했지만 현장은 제 의심을 확신으로 바꿔주셨어요."

 

케이는 단순하면서도 복잡한 캐릭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혜준은 다양한 캐릭터 변신은 물론, '김혜준의 재발견'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스스로를 다그치는 편이라는 김혜준은 스스로를 세뇌시켰다. 

 

"케이라는 친구는 사회성이 필요없는 친구죠. 사람들과 살아가기 위해서 사회성 있게 연극을 해요. 그래서 어딘가모르게 과장스럽고 뚝딱이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모먼트들, 그런 분위기를 위해서 독특하게 생각하려고 했어요. 사람들은 미안하다고 할 것을 '미안해' 하고 날린다던가, 다르게 꼬아보기도 했죠(미소).

 

▲JTBC 토일드라마 '구경이' 케이 役 김혜준/앤드마크 제공

 

제가 확신이 없으면 무너지는 편이에요. 극이 흔들리고 그 케이라는 절대 악이 무너지면 드라마의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죠. 그래서 정신 똑바로 차리고 세뇌를 계속 시켰어요. 촬영장에서 감독님이 '오케이' 해주시면 스스로 '잘하고 있다'면서 치어업 했죠."

 

기라성 같은 대배우 김해숙, 이영애를 비롯해 배해선, 곽선영, 조현철 등은 그런 후배 김혜준을 항상 응원했다. "캐릭터가 매력적이지만 난이도 높은 캐릭터였죠. 이영애 선배님 캐스팅된 것만 알고 시작했어요. 촬영 시작하면서 이영애 선배님, 김해숙 선배님, 곽선영 선배님, 조현철 선배님 등도 계셨죠. 젊은 배우들에게 느낄 수 없는 에너지라는 걸 온몸으로 체감했어요. 연기를 몰아부치는게 아니라 받아칠 수 있도록 유도를 해주세요. 선배님들의 대사를 맞받아치기만 해도 쫀쫀하게 붙는 경험도 했어요. 그래서 행복하게 촬영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영애 선배님은 조언을 해주시기보다 저를 믿어주셨어요. 제가 '여기서 더 할게 있을까요'하고 항상 촬영 후에 여쭤봤어요. 선배님은 항상 기를 살려주시고 불편한게 없는지 물어주셨고요. 저만 잘하면 된다 생각했어요. 김해숙 선배님께 차를 따라드리고 저는 콜라는 마시는 씬이 있어요. 겉치레가 아니라  선배님이 너무 잘했다고 해주셨어요. 그건 배우로써 들을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이라는 생각에 울컥했었어요. 사실 그때 지쳐있던 상태였거든요. 더 열심히 연기해야겠다 다짐하게 됐었어요."

 

김혜준에게 '구경이'는 그만큼 황홀한 경험이었다. 그는 "역시 선배님들이다라고 느꼈어요. 아우라가 뭔지 알 수 있었죠"라고 했다. "선배님들은 평소에는 너무 나긋나긋하시다가 카메라가 돌면 집중력을 발휘하세요. 압도하는 힘이 묵직하다 느꼈죠. 그 와중에 상대, 스태프까지 챙기는 모습이, 선배님들은 항상 여유로워 보이시는데 주변을 챙기세요. 젊은 배우들이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경력에서 나오는 여유가 아닐까 생각했죠. 넓은 그릇이 뭔지 느꼈어요(미소)."

 

▲JTBC 토일드라마 '구경이' 케이 役 김혜준/앤드마크 제공

 

11회에서 12회로 넘어가는 극장 씬은 용국장으로 변장한 구경이와 함께했지만, 사실상 홀로 끌고 갔어야 했기에 부담감이 있었다. "그 씬은 제 분량이 엄청 많았어요제가 이끌어 가야했죠. 용국장(김해숙)은 붕대를 감고 있는 상태에서 저만 떠들어야 하는 부담감이 엄청났어요. 중요한 정보도 많아서 그거 찍고 많이 아팠어요. 긴장이 풀렸었거든요. 그 순간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하면서도 조금 더 집중해서 찍었을 걸 하는 아쉬움은 남았어요."

 

케이는 사고를 위장해 살인을 저지른다. 그는 '죽어 마땅한 놈'들을 죽이고 다음 살인의 조력자를 얻었다. 첫 살인 후 줄곧 케이 옆에는 조력자 건욱이 있다. 건욱으로는 '경이로운 소문'의 악귀이자 영화 '메이드 인 루프탑'에서 색다른 매력을 선보인 이홍내다. "홍내오빠는 대본을 받자마자 '이건 내가 뭔가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건욱이가 케이를 두려워하고 뒷받침하고 돋보였을 때 건욱이라는 캐릭터도 존재가 확실해진다고 생각을 했다'고 하더라고요. 저한테 하고 싶은 거 다 하라고 해줬어요. 너무 고마웠죠. 오빠는 항상 자신이 거기에 맞춘다고 했어요. 항상 '혜준이 최고야' '케이가 최고야' 하면서 엄지척을 날려줬죠(웃음). 오빠는 캐릭터 욕심보다, 한수 더 가서 캐릭터가 돋보이는 것을 아셨던 것 같아요. 이게 함께 연기하는 임이구나 생각을 했었죠. 정말 많이 배웠던 시간이었어요."

 

'구경이'는 방송 내내 '산타'라는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구경이의 조력자의 정체에 대해 주목했다. 극 후반부, 케이는 '산타'의 정체를 아는 뉘앙스를 풍겨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모았다. 김혜준은 "산타할아버지도 의심하는 순간 없어지는 것처럼, 산타라는 존재도 같은 의미 같아요. 결국 구경이가 산타를 의심하지 않게 되는 것처럼 그대로의 존재를 믿는, 그래야 우리에게 선물이 되고 희망이 되는 존재인 것 같아요"라며 미소지었다.

 

김혜준에게 '구경이'는 용기를 준 작품으로 기억된단다. "'구경이'이 하면서 케이에 대한 응원이 힘이 됐어요. 케이 캐릭터가 나쁘지만 응원하고 싶다는 반응을 원했는데 해주셔서 너무 감사했죠. '망할 년 망하지마' '탈옥길 걸어' 댓글들이 재밌었어요. 매회 결말에 대한 다양한 추측들도 재밌었고요. 드라마를 본 시청자 입장에서는 너무 재밌는 드라마였어요. 몆 주 동안 즐겁고 행복했는데 이제는 만나지 못한다니 아쉬워요. 

 

▲JTBC 토일드라마 '구경이' 케이 役 김혜준/앤드마크 제공

 

케이는 현장의 재미를 알려준 캐릭터에요. 다양한 모습을 선보이면서 용기가 생겼어요. 저는 겁도 많고 소심하기도 한데, 조금의 여유도 생겼어요. 이제 내가 좀 대범해도 되지 않을까 자신감도 붙었어요. 시즌2 한다면 케이가 갱생을 해서 탐정소에 들어간다거나, '친절한 금자씨'가 되서 나오는 것도 상상해요. "

 

용기가 생긴만큼 도전하고 싶은 장르도 많다. "전도연 선배님이 제 롤모델이에요. 또래 배우들 중에서도 김태리 선배님, 전여빈 선배님, 장영남 선배님도 너무 팬이에요. '마이 네임' 같은 작품처럼 정통 액션도 해보고 싶어요. 풋풋한 로코도 해 보고 싶어요. 청춘물이요. 요새 '갯마을 차차차' 너무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 이제 의심스럽지 않게 꽁냥꽁냥한 모습 보여주고 싶어요(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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